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여기저기 골프 수상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필자는 루크 도널드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골프에서 최고의 선수를 뽑는 기준은 뭘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프로골프 역사상 최초로 미국과 유럽 투어에서 상금 랭킹 1위를 모두 차지하고 결과적으로 ‘2011 PGA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쥔 루크 도널드지만, 메이저대회 우승 부재로 인해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상금왕’과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상금왕 혹은 상금랭킹.
아마도 골프만큼 이 말을 애용(愛用)하는 스포츠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에서는 우승 횟수나 기록 단축에 많은 의미를 두는데 비해서 골프는 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잣대를 적용하므로, 골프 전문가가 아니라면 직감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선수상’의 경우엔 우승 횟수만큼이나 상금랭킹도 중요시 하는 것 같다.

메이저 대회는 또 어떤가?
당연하겠지만 메이저대회일수록 상금이 많이 몰린다. US오픈 챔피언십, 마스터스 골프대회, US PGA 챔피언십과 함께 유럽의 디 오픈 챔피언십을 골프의 4대 메이저대회라 부른다. 그런데 골프는 다른 스포츠 경기처럼 틀에 맞춘 규격의 경기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골프코스가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골프코스라도 언제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인지 프로골프에서는 어떤 골프코스에서 우승을 했는지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 보니, 특이하게도 골프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경우에만 특별한 이름을 붙여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그랜드슬램’은, 1년에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을 때 붙이는 것으로, 지금까지 단 한 명 1930년 보비 존스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리고 약간 다른 형태로, 벤 호건이 1953년에 3개 메이저대회에 나가 모두 우승을 했는데 당시 디 오픈 챔피언십과 PGA 챔피언십의 일정이 겹쳤기 때문에 그는 그랜드슬램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것을 ‘호건 슬램’이라고 한다. 타이거 우즈 역시 2000년 US오픈부터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2년에 걸쳐 4개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것을 ‘타이거 슬램’이라 부른다.

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4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부르는데, 골프 역사상 진 사라센(1935), 벤 호건(1953), 게리 플레이어(1965), 잭 니클라우스(1966), 타이거 우즈(2000) 등 단 5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골프계에서는 이들 메이저대회 우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골프의 인기도에 따라 상금도 따라 다녔다. 1910년대 초반 골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돈도 유럽 투어가 아닌 미국 PGA투어로 몰렸다. 그에 따라 전세계인들도 밀리어네어를 꿈꾸며 미국 PGA에 몰려들었다. 최근에 다시 유럽 골프가 부활하면서 미국 PGA에 근접하는 상금규모를 갖추었는데, 여기엔 중동의 오일 달러도 큰 몫을 했다.

이처럼 골프와 상금은 불가분의 관계다. 프로골퍼들은 상금을 쫓아 대륙을 이동하며 경기를 치르고, 그 결과에 따라 상금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우승한 선수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또한 골프팬들은 뛰어난 실력의 선수들이 참가한 메이저대회 경기를 보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